상가주택을 중개하고 1층 사무실이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다시 임차인을 구해야하는 건물이 있었다.
아무래도 해당 부동산에서 중개를 하여 계약이 체결되고
임대인이 중개를 부탁하면 다른 건물보다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증금과 월세는 저렴하지만 입지조건이 그렇게
좋지 않아 이삿짐센터나 중국집 통닭집 에어컨 서비스센터 등 배달업종이 가능하며, 대로와는 거리가 떨어진 이면도로에 접한 상가건물은 입점할 수 있는 종목이 한정되어 있다.
상당기간 광고를 내고 있었던 건물이었는데 마침내
철학관을 하고 싶다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해당 위치를 쉽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주소를 문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치가 괜찮다고 건물의 내부를 보고 싶다고 해서
열쇠를 가지고 달려갔다.
사무실 앞에서 전화하신 분과 그의 딸과 아내를 만났다.
특히 20대로 보이는 젊은 딸이 동행을 해서 관심을 가지고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아버지의 사업이기 때문에 사무실의 위치나 내부가
중요해서 늘 함께 따라다닌다고 했다.
다행히 마음에 들어서 임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철학관은
입점할 수 없다고 했다.
임대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나 상당기간 공실로 비어있는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여겼는데 내가 생각했던 바와는 아주 거리가 있었다.
점집을 사용하기 위해서 사무실이나 주택을 임차하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받기가 어려워 중개하기가 쉽지 않은데
철학관은 주인의 동의뿐만 아니라 철학관을 운영하려는
사업자와 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상가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임대인이 아무 업종이나 입점해도 괜찮다고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기는 하나 임대인의 승낙을 받아도 철학관을 운영하려는 자와 입점하려는 상가의 연대가 맞지 않을 경우는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빈 점포를 찾아서 주소를 알려주면 사업자 본인과
조합이 되지 않은 숫자가 끼어 있어서 절대 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세한 철학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비싼 점포를
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사업자와 운대가 맞아야 하고 내부구조가 임차인의 취향과 맞아야하며 임대인의 OK 싸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어떤 임대인은 점집과 철학관을 구별하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강하게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철학관도 신을 모시고 향을 피우는 곳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점집과 철학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점집과 철학관은 인생의 길흉사를 예측하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점집은 신내림을 통하여 영검한 신을 모시고
영적인 환상으로 지혜를 알려주는 곳이고 철학관은 논어와 주역 등 철학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들이 사주를 통하여 운의 흐름을 풀이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런 점에서 자신에 맞는 방향으로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기 마련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이나 미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재와 문제점을 잘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어렵게 2차선 도로에 접한 1층 사무실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얼마 전에 휴대폰 대리점으로 사용하다가 영업부진으로 문이 닫혀서 공실로 있던 가게였다.
따라서 시설비나 권리금도 없어서 부담이 없는 점포였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는 철학관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흘린 땀의 댓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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