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직업에는 그에 맞는 보수가 있습니다. 금이나 귀한 물건은 크기와 무게로 가격이 매겨지고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 자격사들은 시간과 노력, 성공 확률을 기준으로 수임료를 책정합니다.

그러나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보수는 다릅니다. 우리의 땀과 시간 수고와 정성의 크기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매매가나 임대료라는 숫자에 맞춰져 있습니다.

10억 원짜리 건물 계약이나 5천만 원짜리 건물 계약이나 사실상 소요되는 노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대차든 매매든 작은 금액의 거래라 해서 확인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계약에는 늘 사람의 인생과 삶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일입니다. 단독주택 2층을 임대하는 건이었는데 다른 부동산에서 손님을 데려와 함께 계약을 진행하는 공동중개였습니다. 임대인께서는 저에게 “좋은 임차인을 꼭 구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셨습니다. 그 부탁이 제 마음에 깊게 남아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임차인을 찾았지만 결국은 타 부동산에서 모셔 온 고객님이 선택되었습니다.

계약은 무사히 체결되었지만 임차인이 돌아가자 임대인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남자 혼자 산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고 또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했다는 겁니다. 특히 결로 현상과 관련하여 만약 습기가 다시 생기면 나중에 벽을 새로 쌓아달라는 조건을 은근히 내비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불안해 보이셨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말씀드렸습니다.

“사모님, 임차인의 모습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직접 말씀하시기는 어려우셨어도 저희 중개업소에는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자 임대인께서는 고개를 숙이며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라며 후회의 빛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위로해드렸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혹시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부동산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고 말씀하세요. 제가 대신 나서서 조율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임차인이 거주하는 동안 저는 제3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판단하려 합니다. 꼭 필요한 수리라면 임대인께 건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호히 거절할 생각입니다. 사실 지금껏 오랫동안 다른 임차인들은 큰 불편 없이 지내왔던 집이기에 무리한 요구라면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처럼 현장에서 발로 뛰며 때로는 상담가처럼 때로는 중재자처럼 역할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작 돌아오는 보수는 한 끼 식사 값에도 못 미칠 때가 많다는 사실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보수만을 바라보며 일하지는 않습니다. 남을 돕는 서비스 정신으로 누군가에게 든든한 다리가 되어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합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오르고 있습니다. 자재 값, 인건비, 밥상 물가까지. 그러나 중개보수는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 중개보수도 내려야 한다는 민원에 밀려 제도가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을 돌아보아도 중개보수가 인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개업하는 중개업소보다 폐업하는 곳이 더 많아진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희망을 붙듭니다.

험난한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특별한 아이디어, 신선한 광고, 그리고 봉사와 헌신의 마음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줄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계약서를 쓰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인생 한 조각을 함께 짊어지고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입니다. 오늘도 저는 그 사명을 마음에 새기며 묵묵히 그러나 뜨겁게 제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