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등산을 찾았다. 이미 한 줌의 흙이
되어 땅속에 몸을
묻어버린 낙엽도 있지만 아직도 찬란한 빛깔을 지닌 채 곱게
물들어 있는 단풍잎들... 차가운 바람이 이파리를 흔들어도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나뭇가지를 지키며 지나가는 나그
네에게 아름다운 전주곡을 들려주고 있었다.
산등성이의 산사에도 수많은 인파들로 장사진을 이루
며 휴일을 알차고 멋지게 보내려는 발길들이 끊임없이 이어졌
다.
중개업을 하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것을 느끼곤 한다.
한 달 전 서울에서 무작정 내려 온 40대 중반의 여성 고객
분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내방했으리라는 본인의 의중과
달리 방이 두 개 이상인 단독주택의 월세를 찾고 있었다.
물론 시설도 잘 되어있고 깨끗한 다가구주택인 투 룸도
소개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말았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투 룸의 가격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
차임이 45만원이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30만원을 하는 단독주택
2층을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집이 마음에 들어서 계약을 하려 하는데 계약금
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몸만 내려온 것 같았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계약금을 부탁하는 것 같았다.
병원장님을 찾는 것을 보니 병원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서울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했었는데 병원
의 경영이 어려워 실직을 당했다고 했다.
하도 마음의 충격이 커서 아무도 모르는 지역으로 떠나자는
것이 광주로 내려오게 되었고 처음에 신안동지역에 안식처를
잡으려고 했었는데 주위에 문의한 결과 신안동보다는 운암
동이 생활권이 편리하다고 권고를 해서 운암동을 찾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현재 실직수당을 받고
있기때문에 취업은 보류하고 복지사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
다.
무슨일이든지 최선을 다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
다.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에는 40대 후반의 남성이 월세를 구하
러 오셨다.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인데 보증금 이천만원에
월 구십만원하는 면적이 109㎡(구33평형)아파트이다.
그 전에는 오피스텔에서 살았는데 건물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인지 보온이 되지 않아 추워서 살기 힘들어 옮기기로 결정했
다는 것이다.
혼자서 살기에는 면적이 큰 편인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
보았더니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혼자 나왔다고 했다.
옛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는데 분위기로 보아
상당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그 분의 태도와 심정으로 보아 쉽게 마음이 바뀔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오늘은 그 분이 잔금을 치루고 입주하는 날이다.
그러나 중개를 하는 본인의 마음이 편지 않는 것은 무슨 연유
일까?
중개업자인 본인의 마음속에도 내 가족 같은 마음과 연민의
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리라...
모두가 잘 해결 되기를 바라며 밝아 오는 새해에는 좋은 소
식만 들려오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