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는 하얀 백설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을 반갑게 맞이해주려는 상서로운 서설(瑞雪)처럼 느껴진다.
2012년에는 신비로운 용의 기운을 받아 경기가 잘 풀리고 국민을 대변하는 좋은 일꾼을 뽑고, 믿음직하고 능력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12월초에 월세로 계약했던 아파트 잔금을 앞두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보았더니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되어 있었다.
계약당시에는 등기부상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는데 도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임차인도 잔금 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예정일보다 5일을 경과하여 입금하려고 등기부를 열람한 결과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임차인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렇지 않아도 임대인이 까다롭다고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까 의외로 잘 되었다는 표정 같았다.
“이사비용까지 포함해서 손해배상금을 받아야겠네요.”
임차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지나갔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뭔가 알 수 없는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임대인과 통화해서 자초지종을 들어 봐야할 것 같았다.
전화신호음은 끊임없이 울려대는데 임대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실은 그 전에도 우리부동산에서 그 아파트의 임대차계약을 했었고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러 자주 사무실을 내왕하는 임대인이었기에 임대인의 성품과 인간적인 면모를 잘 알고 있어서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전세권설정등기도 말소가 되지 않았고 근저당권도 새로 설정된 가액을 합해서 아파트의 가격보다 높게 책정이 되어 있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거 정말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이었을까?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이상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히 임차인에게 얼마 전에 다른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번호로 전화를 하니까 임대인이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전화도 받지 않으시고 임차인은 손해배상까지 해야 된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임대인은 긴 한숨소리와 함께 “아니 그분들이 그럴 줄 몰랐는데” 라며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생활했던 임차인들이 거실에 티브이를 부착하면서 구멍을 뚫은 것과 방에 장식장을 설치하면서 구멍이 난 것에 대해서 원상복구를 해야만 보증금을 반환한다고 했는데 임차인은 전세권설정을 했기 때문에 보증금도 받지 않고 이사를 했는데 결국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니까 임의경매를 신청한 것이다.
전세권은 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물론 수리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하고 법원에 공탁하고 소송을 통해서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반환하려고 하는 마당에 추가공탁 비용까지 마련하기도 힘들고 시일도 오래 걸려서 아파트를 임대할 수도 없는 지경이어서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임대인에게 전임차인과 합의를 통해서 경매를 취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리고 임차인은 남은잔금과 차임을 부동산에 보관하고 입주하며 등기부상에 하자가 제거될 때 임대인에게 송금하기로 하고 이사를 했다.
오늘 임대인이 전임차인과 합의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렀다.
“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금액을 물고 일을 처리했습니다.”
임대인은 잘 해결 되었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세상일이란 서로 나누고 베풀며 살아야지 너무 욕심을 내면 도리어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