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정이 지나고 제법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개학이 가까워 오고 학교배정에 맞추어 주택을 옮기려는 손님들과 흑룡의 웅장한 기를 받아 개인사업을 하려는 고객님의 문의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다.
산등성이에 하얗게 쌓여 있는 눈들도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계절의 잉태를 향한 행운의 전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중이다.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법...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2년도의 수레바퀴도 거대한 야망과 염원을 담고 기억에 남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해 힘찬 행진을 하고 있다.
몇 일전 초로한 노인이 사무실 앞을 서성거리더니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면담 좀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여기 저기 법률과 관련한 사무소에 들러도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해 자문을 구하러 내왕한 것이다.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4~5년간 운영했던 단란주점에 보수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임차인이 내용증명을 보내와 임대인이 수리해주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다.
임대인이 권리금을 받고 양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인도 그 전임차인의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반강제적으로 떠맡은 실정이어서 본인이 원인제공자는 아니라는 변명이었다.
요즈음 건축법이 강화되어 신규로 허가를 내기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영업을 했던 단란주점에 갑자기 보수명령은 본인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단 건축물대장을 열람해 보았다. 그 전에 노래방으로 사용하다가 단란주점으로 용도가 변경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부시설물에 대해서 점검하기로 하고 그 단란주점을 임대인과 함께 방문해 보았다.
한 눈으로 살펴보아도 이곳은 단란주점이 아닌 노래방이었다. 무늬만 단란주점이지 내부시설은 노래방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단란주점은 객실을 설치하고자 할 때는 객실중앙에서 객실내부가 훤히 보일 수 있는 투명한 유리구조여야 하며 영업장 면적에서 조리장면적을 제외한 면적 중 객실면적이 1/2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단란주점으로 용도 변경할 때 관계공무원의 점검을 받았다면 전혀 허가가 날 수 없는 구조였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거나 눈을 감고 점검하지 않았다면 절대 승인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중개를 했는지도 궁금했다.
만일 중개업자가 단란주점으로 중개를 했다면 중개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중개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놔서 중개업자가 몇 번 손님을 모시고 왔는데 현임차인이 어떻게 정보를 알았는지 직거래하자고 해서 임대인과 단독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현임차인은 중개업자가 그냥 중개수수료를 벌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쳤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중개업소는 정말 운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임대인에게 임대인께서 직접적으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았지만 그 전의 임차인이 용도 변경하도록 동의를 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보수명령을 하지 않아 폐업이 결정되면 사업장으로 사용할 수 없고 임차인은 분명히 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임대인께서 수리를 해 주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오늘 임대인에게 전화가 왔는데 임대인이 인테리어업자와 보수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임대인의 수화기 목소리는 훨씬 밝고 청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