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도 한해도 서서히 깃발을 내리며 이제는 2015년도의
희망을 꿈꾸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루어질듯 말듯 하면서 포기도 할 수 없는 토지 매매가 다시
다음 해를 기약하게 되었다.
유난히 까다로운 매수희망인은 몇 번의 약속을 어긴 채 오랜만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
반가운 마음에 빨리 전화를 받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그가 빌려준 돈이 입금이 되지 않아서 수금을 하러 채무자에게
몇 번을 찾아갔지만 어음을 준다거나 기다려 달라고 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도 몇일 남지 않았고 연말이라 업무가 바빠서
2014년에는 힘들 것 같으니 2015년도에 처리하자는
제언이었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도 하지 않았던 그였고 그 동안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 희망이 차츰 식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전화 한통에 다시금 희망의 빛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절대로 그 사람은 만나지 않겠다던 매도인을
설득하여 그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사무실에서 약속날짜를 잡으면 잘 지키지 않았기에
일부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혹시나 그가 사무실에 없으면 어쩌나 하는 본인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 날은 주차장까지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늘은 잘 풀리겠지 하는 본인의 확신의 찬 눈빛과 대조적으로
매도인은 허공만 바라보며 반신반의하는 눈빛이었다.
1시에 약속시간을 잡았는데 다른 곳에서 보내기로 되어 있던
금액의 입금이 빨리 되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 전화만 걸려 와도 모두가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주시했지만
은행시간이 끝나도록 끝내 입금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매도인은 집까지 모셔다드리겠다는 본인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자리를 떠났다.
그 전에도 본인과는 몇 번의 약속을 했지만 매도인에게
구제불능으로 낙인찍힐까봐 매도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전화와 문자를 통해서 독촉하기만 했던 것이다.
사실 계약서를 작성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매도인이
매매금액의 10%를 입금해야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고
고수하는 바람에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었다.
매도인은 이미 그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시간낭비라며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르다고 했지만 사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개를 해도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던 순간들이 많았었고
그래도 그 중에서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그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어느 누군가가 나타나서 매수를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순리가 있고 임자가 있는
법이라서 억지로 짜 맞출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중개사는 인내도 배워야하고 기다림의 미학도 터득해야 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작성하다가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일이 부지기수기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를 수 있기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하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