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나는 화질이 떨어지는 스마트폰 하나에 의지해 지인 모임이나 친구 모임의 생생한 순간들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야유회 때면 낡은 스마트폰을 들고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뛰어다녔다. 결혼식에서는 한 컷이라도 더 담아두려고 땀을 흘리며 자리를 옮겼고, 친구들의 생일에는 직접 만든 축하 동영상을 선물해 감동과 따뜻함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간 ‘아마추어 기록자’로 살아온 내게 어느 날 아들이 생일 선물로 비디오 카메라를 건네주었다. 순간 내 안에서 오래 묻어두었던 또 다른 꿈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나도 유튜버가 되어 보자. 작은 1인 방송국의 PD가 되어 영화 같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거야.”

나는 자연 속에서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는 장면을 계절마다 달라지는 한국의 색깔을, 그리고 사람들의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영상에 담고 싶었다. 마치 삶의 소소한 장면들이 모여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되듯 내 카메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 남을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전의 무대가 찾아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시회, 시회장과 지회장의 이취임식. 광주시장까지 초대된 성대한 자리였다. 나는 이곳에서 찬란한 첫 명장면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우려는 컸다. 유튜브 영상 몇 편과 매뉴얼만 훑어본 상태에서 현장에 나서는 건, 마치 한 번도 사격 연습 없이 전장에 나가는 것과 같았다.

이론과 실전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불안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보기나 했어?”

도전하지 않고 물러서는 건 평생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 유난히 심한 교통 정체로 늦게 도착했고, 이미 현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둥근 탁자들이 놓여 있고 경사도 없는 평지 구조라 단상 가까이에 자리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뒤쪽 구석에 서서 카메라를 켰는데 화면이 온통 희뿌옇게 보였다. 나는 원래 카메라가 이런 줄만 알고 열심히 촬영했는데, 옆에 있던 분이 한마디 했다.

“사장님, 렌즈가 하늘을 보고 있네요.”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의자 위에 올라가 구석구석 열심히 찍었던 장면들이 사실은 모두 허공만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간절히 준비했던 순간이 허무하게 날아갔음을 깨닫는 찰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요즘 카메라는 짐벌 형식이라 좌우 회전뿐만 아니라 상하로도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라 잘 못 조작하면 렌즈가 하늘로 향할 수도 있다는 진실을 망각해서

빚어낸 촌극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또 하나의 진리를 배웠다. 어떤 일이든, 운동이든, 직업이든 결국은 연습 위에 꽃을 피운다는 것. 실습 없는 도전은 허공을 담는 카메라와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피나는 연습을 통해 내 손끝과 카메라가 하나가 되도록 실전 같은 훈련을 반복하리라. 언젠가는 나도 유능한 유튜버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든다.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언젠가 나만의 작품으로 영광의 무대에 설 그날을 꿈꾸며.